인생의 맛이란,
안녕하세요, 베켈레 벨라이초입니다.
저는 커피 농부 2세대로, 제 입으로 말하긴 그렇지만 세게라 마을에서는 꽤 손꼽히는 생산자로 통한답니다. 약 2만 평이 넘는 너른 농장에서 키운, 여섯 명의 아이들과 커피는 제 자랑이지요. 인간은 수 천년 간 단맛, 신맛, 짠맛, 쓴맛 네 가지만을 기본 맛으로 알고 살아왔다고 하는데, 지금 제 인생의 맛은 무슨 맛일까요. 달콤해 보이나요? 확실한 건 결코 단순한 맛은 아니었습니다. 고민이 많았죠. 성공하고 싶은 단꿈에 아버지와 하던 농사를 잠시 미뤄두고, 협동조합 재무 담당자로 30대 중후반은 정신없이 보냈습니다.
자식들은 줄줄이 태어나고 숫자들에 묻혀 제 이름을 단 커피를 수출하고 싶던 꿈이 요원해 보일 때는 탄 커피를 들이마신 듯 씁쓸하기만 했죠.
그래도 시간이란 게 참 묘합니다.
커피 산업의 일선 경험이 쌓이면서, 다 알 것 같던 농장일도 새롭게 다가오고, 머나먼 한국에도 이렇게 제 커피를 소개할 수 있는 기적을 마주하면서 서서히 깨닫게 되더라고요. 다양한 경험 끝에 얻은 달콤한 성취야말로 값진 인생의 맛이라는 것을요. 반백의 나이가 되고 보니 직관적인 단맛보다는 복합성에서 오는 미묘한 맛의 매력을 알겠더군요. 제 커피에서는 에티오피아 내추럴이 보여줄 수 있는 훌륭한 복합성을 맛보실 수 있습니다. 특히 점차 식어가면서 보여주는 다채로운 향미가 매력적이랍니다.
마치 인생의 맛이 녹아든 것처럼 말이죠.